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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경제가 이주 노동자들의 건강보다 우선시되어야 할까요?

칼링가 세네비라트네의 견해

시드니(IDN) – 21세기의 노예 거래라는 비판을 많이 받아온 이주 노동의 적나라한 현실이 코로나19로 인해 여실히 드러나고 있습니다. 동유럽 출신의 유럽 이주 노동자, 임금을 받지 못해 굶어 죽기 직전인 중동의 건설 노동자, 코로나19에 감염되어 동남아인 기숙사에 격리 수용된 수백 명의 이주 노동자를 보십시오. 세계 경제를 움직이는 원동력인 이주 노동자들의 고통에 대해 전 세계가 무관심한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알자지라의 인사이드 스토리에서 툴지 나라야나사미 사업 및 인권 자원 센터장(BHRRC)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전 세계의 이주 노동자가 직면한 구조적 불평등의 민낯이 공개되었다고 역설했습니다.

세계은행은 올해 전 세계 송금액이 1,000억 달러 이상 감소할 것으로 예측합니다. 그녀는 이주 노동자 대부분이 2개월 넘게 임금을 받지 못해 “최악의 가난을 경험하고 있다”며, “식량이 떨어졌는데도 식량을 구할 수 없고 거주 환경이 열악하여 코로나19에 아주 취약한 상태”라고 덧붙였습니다.

그녀는 카타르나 쿠웨이트의 노동자들은 코로나19가 창궐하기 이전부터 이미 매우 비위생적이고 밀집된 공간에서 거주하고 있었음을 지적했습니다. 현지 정부가 노동자들의 거주 환경 개선에 대한 책임을 지는 대신, 인력 수출국이 노동자를 모국으로 돌아오게 해야 할 무거운 짐을 지게 되었습니다.

이런 상황은 싱가포르에서 코로나19가 재창궐하는 원인이 되었습니다. 지난 5월 11일 싱가포르의 ‘투데이’ 신문은 코로나19의 2차 유행에서 발생한 728명의 코로나19 확진자 가운데 90%가 건설업에 종사하는 인도, 방글라데시 출신 이주 노동자인 것으로 보도했습니다. 이들은 기숙사 방 하나에 10-20명이 밀집되어 거주하고 있습니다.

싱가포르 당국은 사회적 거리 두기 규칙을 어기는 노동자에 대해 노동 허가 취소나 싱가포르에서의 노동 금지와 같은 엄중한 처벌을 내리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이주 노동자 옹호 단체인 이주 경제를 위한 인권 기관(HOME)은 이러한 “가혹하고 과도한” 징벌 조치를 비난하며 의사소통을 개선하고 거주 조건을 개선하여 외국 노동자가 규제 조치를 준수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줄 것을 요구해 왔습니다. 이제 싱가포르 정부는 앞으로 고용주가 이주 노동자에 대해 더 나은 숙소를 제공하도록 의무화할 것을 약속하고 있습니다.

아시아에서 손꼽히는 부호인 싱가포르의 부동산 개발업자들은 동남아 등에서 유입되는 저렴한 노동력을 통해 콘도 건축비를 절감합니다. 이들은 건축 노동자에게 평균 이하의 숙소를 제공하여 싱가포르인과 기타 아시아권 구매자에게 판매하는 콘도의 건축비를 낮춰 높은 이윤을 남깁니다.

지난 4월 17일 앰네스티 인터내셔널은 휴먼 라이츠 워치, Migrant-Rights.org, BHRRC와 합동으로 사우디아라비아, 아랍 에미리트 등 아랍 6개국에 서한을 보내 팬데믹 동안 이주 노동자의 권리를 보호해줄 것을 요구했습니다. 이 아랍 6개국에는 아랍 지역으로 이주한 2300만 명의 아시아, 아랍 빈민층, 아프리카 출신 노동자들 대부분이 살고 있습니다.

앰네스티 인터내셔널 중동 지역 조사 책임자인 린 마루프는 성명서에서 “걸프 국가들은 거의 모든 경제 분야에 걸쳐 성장을 위해 이주 노동자에 크게 의존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을 보호하지 않을 뿐 아니라 인간적으로 존중하거나 처우하지 않고 있습니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녀는 “이주 근로자 집단에서 많은 코로나 19 감염자가 발생한 사실에서 알 수 있듯 이번 팬데믹으로 인해 극도로 취약한 이들의 상황이 잘 드러나고 있습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빈곤한 동유럽 국가에서 다른 유럽 연합 국가로 이주한 노동자들도 유사한 상황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영국 가디언지의 보도에 따르면 스페인 정부가 3월 중순에 록다운을 실시했을 때 농업 부문의 많은 이주 노동자들은 물과 음식을 제한적으로 공급받거나 전혀 공급받지 못했습니다. 또한 이들은 비위생적인 숙소와 서로 근접해서 일해야 하는 작업 환경으로 인해 바이러스에 감염될까 봐 우려합니다.

EU 이주 노동자들의 처우 개선을 옹호하는 영국 사회 운동 단체인 에티컬 컨슈머(Ethical Consumer)의 클레어 칼릴은 가디언지의 기사와 관련해 “오랜 기간에 걸쳐 노동자들을 등한시한 결과”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녀는 “지역에 따라 물을 구하려면 몇 킬로미터를 가야 하는 곳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3월 18일 스페인 군대가 이들에게 이동 금지를 명령했습니다”라고 밝혔습니다.

지금은 코로나19에 대한 우려로 인해 급수 트럭이 일주일에 두 번씩 농장을 방문합니다. “일하느라 급수 트럭을 놓치면 힘든 하루를 마친 후 물을 구하려 몇 킬로미터를 걸어야만 합니다”라고 그녀는 말했습니다. “오랜 기간에 걸쳐 고용주가 노동자들에게 기본 권리를 보장해주지 않았기 때문에 이주 노동자들의 상황은 처참합니다. 이제 팬데믹으로 인해 상황은 최악으로 치닫고 있습니다”라고 그녀는 덧붙였습니다.

BHRRC에 따르면 EU와 미국이 코로나19의 진원지가 된 이후로 EU와 미국이 세계 최대의 고무 장갑 생산국인 말레이시아에 대한 주문을 크게 늘렸다고 밝혔습니다. 이전에 이민 노동력 착취로 인해 블랙리스트에 올라있던 기업도 이러한 주문을 수주하고 있습니다. 블랙리스트 기업 중의 하나였던 WRP Asia Pacific에 대해 미국은 이 기업이 더 이상 강제 노동을 이용하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최근 영국 국립 보건원(NHS)은 작년 블랙리스트에 올랐던 말레이시아의 Supermax로부터 8,850만 개의 의료용 장갑을 구매했습니다(BHRRC 자료 인용). 이 기업이 블랙리스트에 올랐던 이유는 에이전트에 대한 과도한 채용 비용 지급, 여권 압수, 최대 30일까지 휴일 없이 하루 12시간 노동 강요, 열악한 작업 및 숙소 환경, 작업 조건에 대한 불만을 토로할 경우 임금 삭감 등이었습니다.

Supermax는 이러한 주장을 부인합니다. 하지만 인권 운동가들은 말레이시아로부터 의료용 장갑을 수입하는 각 정부가 코로나19와의 싸움에 필요한 고무 장갑을 생산하는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해 현대 노예 제도 반대 약속을 지킬 것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말레이시아에 인접한 태국에는 4백만 명 이상의 이주 노동자가 있으며 이들 대부분은 미얀마, 캄보디아, 라오스 출신입니다. 코로나19가 확산되자 태국, 미얀마, 캄보디아 정부는 이주 노동자들이 모국으로 돌아오지 말고 현지에 머물 것을 촉구했습니다. 하지만 태국에 남아 있으면 일거리와 식량을 구할 수 없고 홈리스가 될 가능성이 많기 때문에 많은 이주 노동자들은 어쩔 수 없이 귀국을 선택하고 있습니다.

메콩 이주 네트워크(MMN)는 이주 노동자들의 출신국 및 거주국 관련 당국이 이주자와 가족의 복지를 보호하고 지원하기 위해 즉각적인 조치를 취할 것을 요구합니다. 태국의 이주 노동자 대부분은 서류상으로 등록되지 않았거나 비공식적인 분야에서 일하고 있어 정부 지원을 받을 자격이 되지 않기 때문에 도움을 받을 방법이 없다고 MMN은 말합니다.

나라야나사미는 송금 액수 감소에 대해 우려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이주 노동자의 복지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진짜 문제는 팬데믹 상황에서 계속 일하는 사람들이 송금을 하면 이들이 무엇을 희생하는지에 관한 것”이라고 그녀는 지적합니다. “노동자들은 멀리 떨어져 있는 가족의 안부가 걱정되지만 가족과 연락하기 위해 전화를 걸 돈도 없을 수 있습니다… 통신이 유례없이 크게 영향받고 있습니다.”

매체는 송금 액수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인도와 같은 노동자 수출국이 노동자들의 안전과 건강이 보장되고 임금이 지급되도록 현지 정부를 충분히 압박하고 있는지를 질문해야 할 것입니다.

“우리는 싱가포르의 이주 노동자들이 코로나19에 감염되어 가족이 크게 걱정하는 상황을 지켜본 바 있습니다”라며 “자녀들이 잘 지내는지 알기 위해 연락을 할 수 없다면 송금과 그것이 경제에 미칠 영향에 대한 우려는 부차적인 문제라고 생각합니다”라고 그녀는 덧붙입니다”. [IDN-InDepthNews – 2020년 5월 13일]

사진: 새로운 이주 노동자가 카타르 도하로 이동하는 장면. 출처: tellmemoreblogg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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