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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형제애’가 평화를 움직일 수 있을까?

신앙과 외교가 교차하는 새로운 국제 공간

아사기리 카츠히로(Katsuhiro Asagiri) 기고

아부다비(INPS Japan) – 전쟁이 장기화되고 국제 질서가 갈수록 불안정해지는 가운데, 아부다비는 이와는 다른 성격의 이야기를 제시했다. 화해를 위한 조기의 노력을 인정하고, 종교 지도자들을 한자리에 모으며, 과거의 대립 당사자들을 같은 조명 아래 세우고자 한 것이다. 2026년 2월 4일에 열린 ‘자이드 인류 형제애상(Zayed Award for Human Fraternity)’ 시상식의 핵심은 갈등 완화라는 방향으로 나아가려는 선택을 공적인 자리에서 가시화하려는 시도였다.|ENGLISHCHINESEJAPANESE

Pope Francis and Ahmed el-Tayeb sign the Document on Human Fraternity。Credit: Vatican News.
Pope Francis and Ahmed el-Tayeb sign the Document on Human Fraternity。Credit: Vatican News.

유엔이 지정한 ‘세계 인류 형제애의 날(Day of Human Fraternity)’에 맞춰 열린 이번 시상식에는 각국 정상과 종교 지도자, 시민 사회 대표들이 참석했다. 이 상의 기원은 아부다비에서 교황 프란치스코(Francis)와 알자하르의 대이맘 아흐메드 알타예브(Ahmed Al-Tayeb)가 서명한 2019년 인류 형제애에 관한 공동 선언문(Document on Human Fraternity)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선언문은 종교 간 대화와 평화로운 공존을 위한 전 지구적 호소를 담은 역사적인 선언문으로 널리 평가받고 있다.

그로부터 7년이 흐른 지금, 국제 정세는 더욱 파편화되고 있다. 그럼에도 주최 측은 이번 시상식을 단순한 시상 행사가 아니라, 정치가 혼란스러울 때 최소한의 자제력을 발휘하도록 독려하기 위한 상징의 장으로 구상해 왔다.

취약한 평화의 강화

Zayed Prize 2026 to Armenia and Azerbaijan Credit: Vatican News
Zayed Prize 2026 to Armenia and Azerbaijan Credit: Vatican News

올해 가장 큰 주목을 받은 순간은 평화 협정을 체결한 니콜 파시냔(Nikol Pashinyan) 아르메니아 총리와 일함 알리예프(Ilham Aliyev) 아제르바이잔 대통령에 대한 공로를 인정한 순간이었다. 수십 년간의 대립 끝에 수여된 이 상은 남 코카서스 지역의 여전히 취약한 평화 프로세스에 대한 일종의 국제적 지지 선언 역할을 했다.

평화 협정은 체결 직후가 가장 취약한 법이다. 내부의 정치적 반발과 뿌리 깊은 불신은 협정의 이행을 쉽게 저해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두 지도자를 한 무대에 세운 것은 여정이 끝났다는 선언이 아니라, 외교적 진전을 ‘강화’하려는 시도였다고 할 수 있다. 대화를 선택한 지도자들을 초기 단계에서 인정함으로써 타협을 위한 정치적 입지를 넓히고 반대 세력이 협정을 뒤집기 어렵게 하려는 이 상의 의도를 읽을 수 있다.

이 상은 국가 지도층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2026년 수상자에는 아프가니스탄 여성 교육 활동가 자르카 야프탈리(Zarqa Yaftali)와 팔레스타인 비영리 단체 타아운(Taawon)이 포함되었으며, 이는 분쟁과 정치적 불안 속에서도 인도주의적 구호 및 개발 사업을 지속해 온 노력을 인정한 것이다. 이는 평화 협정과 같은 ‘하향식 정치’와 현장 공동체를 지원하는 ‘상향식 평화 구축’을 연결하려는 이 상의 의도를 강조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 기저에 깔린 메시지는 명확하다. 조약과 협정이 체결되더라도 사회를 지탱하는 데 필요한 학교, 의료, 지역 지원 시스템이 취약하다면 평화는 뿌리내릴 수 없다는 것이다.

로마와 아스타나를 잇는 대화의 회로

아부다비의 시상식은 별개의 행사가 아니다. 2025년 10월, 로마에서는 산테지디오 공동체(Community of Sant’Egidio)가 주최하는 연례 포럼 ‘평화를 위한 대화 속의 종교와 문화(Religions and Cultures in Dialogue for Peace)’가 개최되었다. 1986년 아시시 모임의 정신을 계승한 이 포럼은 종교 지도자, 정치권 인사, 시민 사회 대표들을 한자리에 모으는 지속적인 플랫폼 역할을 하고 있다. 교황청(바티칸)은 핵심 참여자로서, 윤리적 호소를 국제 정치의 논의로 이어 주는 도덕적 권위를 발휘해 왔다.

The closing ceremony held against the backdrop of the ancient Roman ruins, the Colosseum Credit: Community of Sant'Egidio
The closing ceremony held against the backdrop of the ancient Roman ruins, the Colosseum Credit: Community of Sant’Egidio

더 동쪽으로 가보면, 카자흐스탄은 아스타나에서 열리는 세계 및 전통 종교 지도자 대회(Congress of Leaders of World and Traditional Religions)를 통해 종교 간 교류를 제도화했다. 교황청과 알자하르의 대이맘 모두 이 대회에 꾸준히 참여해 왔으며, 이를 체계적인 종교 간 대화의 장으로 유지하는 데 공헌해 왔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로마, 아스타나, 아부다비는 단순히 별개의 행사가 아니라 종교와 외교를 잇는 더 넓은 대화 공간 속의 결절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달리 표현하자면, 이들은 소통의 선을 열어 두기 위해 설계된 정기 노선처럼 기능하며 만남과 대화가 단절되지 않도록 보장하고 있는 것이다.

국경을 넘나드는 종교 주체들

이 네트워크를 지탱하는 것은 국가만이 아니다. 교황청이나 전 세계 종교 지도자들과 마찬가지로, 전 세계 약 1,300만 명의 회원을 보유한 조직인 국제창가학회(SGI)의 테라사키 히로츠구(Hirotsugu Terasaki) 평화 운동 총국장 또한 아부다비, 로마, 아스타나에서 열린 대화의 장에 참여해 왔다.

On Feb. 4, a Soka Gakkai delegation led by Vice President Hirotsugu Terasaki attended the 2026 Zayed Award for Human Fraternity ceremony in Abu Dhabi, UAE. At the invitation of @ZayedAward, the delegation joined global religious leaders. On Feb. 3, the delegation met with Judge Mohamed Abdelsalam, Secretary-General of the Zayed Award for Human Fraternity and they delivered a letter from Soka Gakkai President Minoru Harada to the Grand Imam of Al-Azhar His Eminence Ahmed Al-Tayeb. Credit: SGI
On Feb. 4, a Soka Gakkai delegation led by Vice President Hirotsugu Terasaki attended the 2026 Zayed Award for Human Fraternity ceremony in Abu Dhabi, UAE. At the invitation of @ZayedAward, the delegation joined global religious leaders. On Feb. 3, the delegation met with Judge Mohamed Abdelsalam, Secretary-General of the Zayed Award for Human Fraternity and they delivered a letter from Soka Gakkai President Minoru Harada to the Grand Imam of Al-Azhar His Eminence Ahmed Al-Tayeb. Credit: SGI

아부다비 시상식에 앞서 테라사키 총국장은 자이드 인류 형제애상의 모하메드 압델살람(Mohamed Abdelsalam) 사무총장과 만났다. 이 자리에서 그는 하라다 미노루(Minoru Harada) 창가학회 회장이 아흐메드 알타예브 대이맘에게 보내는 서한을 전달했다. 두 사람은 종교적 차이를 초월하여 ‘마음과 마음을 잇는 대화’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필요성에 관해 의견을 교환했다.

‘영적 외교’에 중점을 두고 있는 아랍에미리트와 카자흐스탄이 마련한 이러한 무대는 단순한 행사에 그치지 않는다. 이러한 행사에 도덕적 권위를 부여하고 평화 구축의 장으로서 윤리적 무게감을 실어 주는 것은 종교 및 시민 사회 지도자들이 수년에 걸쳐 구축해 온 유대 관계를 바탕으로 한 지속적인 대화의 구조이다. 달리 말하면, 이는 정기적인 만남과 소통의 선이 끊기지 않도록 보장하는 시스템인 것이다. 국가 간의 관계가 경색될 때라도 종교 및 시민 사회 네트워크는 대화의 채널을 열어 둠으로써 관계 단절을 막는 완충 지대 역할을 할 수 있다.

카심조마르트 토카예프(Kassym-Jomart Tokayev) 카자흐스탄 대통령이 영상 축사를 통해 올해 시상식에 참여했다는 점과 테라사키 총국장이 아부다비, 로마, 아스타나와 같은 대화의 장을 누비며 활동해 왔다는 사실은 종교와 외교가 교차하는 이러한 네트워크가 존재함을 조용히 시사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교황청 또한 이 세 가지 행사 모두에 지속적으로 관여해 온 주체 중 하나이다.

Kazakh President Kassym-Jomart Tokayev extended his congratulations to Azerbaijani President Ilham Aliyev and Armenian Prime Minister Nikol Pashinyan on being given the Sheikh Zayed Award for Human Fraternity in a video address. Photo credit: Akorda
Kazakh President Kassym-Jomart Tokayev extended his congratulations to Azerbaijani President Ilham Aliyev and Armenian Prime Minister Nikol Pashinyan on being given the Sheikh Zayed Award for Human Fraternity in a video address. Photo credit: Akorda

공유되는 언어, 서로 다른 현실

이러한 포럼에서 반복적으로 인용되는 어휘는 놀라울 정도로 일관적이다. 바로 형제애, 공존, 대화, 인간의 존엄성이다. 다자주의가 흔들리고 전통적인 중재 채널이 약화되는 시기에 이러한 언어는 정치적 목적으로도 사용된다. 국가가 국내외에 무력보다는 대화를 선호한다는 신호를 보내고, 대립을 조장하는 것이 아니라 긴장을 관리할 장을 제공한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

그럼에도 시상식과 현실 사이의 괴리는 사라지지 않는다. 평화 협정을 기념한다고 해서 그 이행이 반드시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여성 교육을 위한 노력을 치하한다고 해서 교실 문이 자동으로 다시 열리는 것도 아니다. 공존을 선포해도 하룻밤 사이에 폭력이 멈추지는 않는다. 상은 타협을 독려하고 대화를 축복할 수는 있지만, 성과를 강제할 수 있는 장치는 아니다.

그럼에도 정부와 종교 및 시민 사회 네트워크가 참석과 공개 성명, 지속적 관여를 통해 이러한 행사에 계속 참여하는 이유는 그곳이 대립하는 당사자들이 동석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공적 자리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긴장 관계에 있는 당사자들이 같은 공간에 설 수 있고, 자제력이 공개적으로 확언되며 종교 간 유대가 비공식적인 외교 채널로 기능할 수 있는 공간은 그리 많지 않다.

평화를 ‘예행연습’ 하는 자리

Photo: A woman crafts a mosaic depicting a peace dove in the Za’atari refugee camp in Jordan. © UN Women/Christopher Herwi
Photo: A woman crafts a mosaic depicting a peace dove in the Za’atari refugee camp in Jordan. © UN Women/Christopher Herwi

자이드 인류 형제애상, 로마의 평화 기념행사, 아스타나의 종교 간 대회는 종합해 볼 때 힘이나 압력이 아닌 소집과 대화, 지속적인 관계 유지를 통해 진전하는 외교적 접근 방식의 영향력이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 준다. 이는 때로는 상징적일 수 있지만, 조용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하나의 구조이기도 하다.

또한 이는 종교, 시민 사회, 국가의 이해관계가 수렴하는 새로운 외교적 영역의 등장을 시사한다.

오늘날의 국제 환경에서 실질적인 의미를 갖는 것은 바로 이러한 작은 접점이다. 평화가 정책으로 제도화되기 전에 평화의 형태를 공적으로 ‘예행연습’ 할 수 있는 공간은 매우 제한적이다.

그리고 아부다비 시상식은 그러한 드문 무대 중 하나이다. 이 행사가 갈등을 완전히 해결했거나, 불신의 벽을 허문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대화를 선택하고, 그 선택을 공적인 장에서 지속적으로 가시화하는 것 자체가 하나의 중요한 행위가 된다. 이는 양극화의 시대에 적대감보다는 자제를 지향하겠다는 약속의 분명한 신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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